천안여행을 하면서, 조금은 특색있는 공간을 찾다가 '노마만리'라는 독특한 공간을 찾게 되었습니다. '카페'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영화도서관'이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그냥 '대형북카페'라고 불러야 할지 애매한 느낌이 들어 실제로 현장에 가보지 않고서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겠더라고요.
낚시터 주변에 있어 고즈넉한 풍경과 세련되면서도 엔틱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확실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이 곳. 실제로도 천안 직산읍에 있는 유명한 '카페'로 많은 입소문을 탄 곳인데요. 천안 시외, 근교 가볼만한 곳, 천안카페로 검색을 해도 자주 등장하는 멋진 곳이었습니다.
카페 노마만리는 2022년 5월에 오픈한 공간으로, 원래는 '캬바레 볼테르'라는 이름이 후보였다가, '카페 볼테르'를 거쳐 지금의 '노마만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데요. 여기서 노마만리란 김사량의 항전 기행문 '노마만리(鷺馬萬里)'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초창기의 이름은 '책방 노마만리'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평양 양서각에서 발행한 김사량의 '노마만리'초판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름의 유래가 괜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노마만리 카페는 너무 깊숙히 생각하시기 보다는 영화박물관, 독립서점, 이색카페 등으로 편하게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고요. 시즌마다 2층 전시공간을 활용하여 뜻 깊은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7~8월에는 40년 간 한국 독립운동사를 연구해 온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님이 다음달 정년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학문 여정을 되돌아보는 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2층으로 올라오시면 이렇게 전시공간이 나타나는 구조이며,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카페 테이블과는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어 전시 집중도가 좋은 구조입니다. 전시명은 [백년을 이어온 역사가의 길, 박환 역사가의 길]전시로 지난 7월 4일부터 8월 27일까지 계속됩니다. 8월에는 어김없이 광복절이 다가오기에, 독립운동사 연구자이자 사학과 교수님이신 박환교수님의 전시가 열리게 된 것이죠.
전시공간 한 켠에는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역사가이자 교수님이신 박환 선생님의 연구공간과 서재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정 가운데에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서 실제로 전시된 도서를 열람할 수도 있고 인증샷도 찍을 수 있는 공간이네요. 카페 사장님의 간략한 해설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박환 교수님의 부모님과 형제 자매, 그리고 자녀들까지 모두 사학을 연구하는 중이며 전시된 책자는 모두 직계 가족들이 저서한 서적이라고 합니다!
교수님께서 역사가의 길을 걸어온 지 30년, 그동안 여러 책을 써보고 정리하셨다는 회고와 함께 우리나라의 독립운동 역사 중 특히, 1910년대와 1920년대, 그리고 그중에서도 만주, 러시아, 경기도에 대해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4대가 역사에 관심을 기울여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역사명문가'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요. 특히, 근현대사와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역사에 대해서는 더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우리가 교과서, 혹은 전시관이나 박물관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지 못해 공영방송에서 가끔 볼 수 있었던 분야와 시대별 독립운동사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전시였고요. 아마도 이렇게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사장님과 의견을 주고 받으며, 몰랐던 역사이야기를 나누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이 역사에 대한 식견이 워낙 넓으시더라고요. 많이 배울 수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종종 강연이나 영화관람이 가능한 3층 도서관도 흔쾌히 보여주셔서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또 박환 교수님 전시에서는 예전에 북한을 방문하셨을 때, 여권이 아닌 방문증명서(통일부 발행)라는 희귀한 자료도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9월에는 또 다른 전시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같은 카페 '노마만리'를 소개해드렸는데요. 천안에서 '카페 투어'를 해보고 싶으시다면 가장 먼저 방문해봐야 할 이색 카페로 추천드리고 싶은 곳입니다. |
